불쌍한 가난뱅이여, 주제넘은 생각을 하다니.
그대의 초라한 오두막이, 함지 같은 집이
값싼 햇볕 속에서 또는 그늘진 샘터에서
풀뿌리와 채소로 개으르고 현학적인 덕을 기른다 하여
천상에 한 자리를 요구하다니.
거기서 그대의 바른손은
아름다운 덕들이 꽃피어오를
인간의 정열을 마음에서 잡아 뜯어
본성을 타락시키고 감각을 마비시켜
고르곤이 그랬듯이, 뛰는 인간을 돌로 변케 한다.
우리는 그대의 어쩔 수 없는 절제나
기쁨도 슬픔도 모르는
부자연스러운 어리석음의
지루한 교제는 원치 않는다.
우리는 또한 능동적인 것 위로 그대가
거짓되게 추켜올린 수동적인 꿋꿋함도
원치 않는다. 범용 속에 자리잡은 이 비천한 무리들은
그대의 비열한 근성에 어울린다. 그러나 우리가 숭상하는 것은
과잉을 용납하는 미덕들--
용감하고 관대한 행위, 왕자 같은 위엄,
전지전능의 분별력, 한계를 모르는 아량,
그리고 옛사람들도 이름을 못 붙이고
단지 헤라클레스, 아킬레우스, 테세우스 같은 유형만을 남겨놓은
저 영웅적인 용기인 것이다.
역겨운 그대의 암자로 돌아가라.
그리하여 새롭게 빛나는 전체를 보거든
그 영웅들이 어떤 분들이었던가를 알아보아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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