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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길은 아름답다/ 신경림

2014. 6. 3. 10:44 | Posted by 빠오징(寶敬)

  산벚꽃이 하얀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.

 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

 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.

 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

 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서도 싫어서.

 

 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

 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.

 이제 거꾸로해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.

 도시의 잡담에 눈을 감고서.

 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.

 

 그러다가 내 눈에서 지워버리지만.

 벗꽃이 하얀길을. 갈대가 우거진 그 고갯길을.

 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.

 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.

 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 봉지가 되어서

 잊어버리지만.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

 

 그 길은 아름답다.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

 길이 아니어서.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

 아름답다. 길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

 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.

 길 끝에서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.

 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.